글 번호 : 47 작성자 : skybok

은폐 된 장여의 사랑


은폐 된 장여의 사랑


                     메주스님 고 제 웅

 

 

 

소나무는 산 등을 따라 도열 했다

 

삶은 언제나 청청하고

곧아야 한다며

한 점 부끄럼 없이

하늘을 우러러 푸르게 걷다

영문도 모른 채 사슬에 묶여

어느 날

제재소로 끌려왔다

염의를 입은 스님이 사장과 수군거렸고

우리는 겉살이 잘려

직사각 긴 나무로 제재되어 부산 초량동 화엄사로 이송되었다

 

도편수가 훑어보더니 치장도 없이

대폐로 밋밋이 밀고 톱으로 잘라버렸다

집을 짤 때

공포에 얹혀 도리를 받드는 아내가 되었다

그 뒤

단 한 번도 체위는 바뀌지 않았다

남편은 무작정 나를 누르며 그 짓을 했고

나는 성적 폭행을 당하고 있다

부처님께 하소연해도 우리네 법당 부처님은

등신불이라 등신인가

잔잔한 미소를 던질 뿐

대자대비는 없었다

입담이 좋은 주지 스님의 법문이 있었다

뉴스에 여자가 남편을 묶고

성폭행했다가 피소 되었다고

아아, 나도 체위가 바꾸면 숨이 트일 것인데

탁!

법상을 두들기며

장여가 도리 위로 올라가 체위가 바뀌면

화엄사 대광명전 전각은 어찌 되느냐고

스님이 일갈을 던졌다

 

삶은 몫이 있다

주추는 주추의 몫

기둥은 기둥의 몫

촛가지는 촛가지의 몫이 있다

 

하늘의 별빛도 삼태성 북두성 사자자리 오리온자리

낱낱 별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

밤하늘이 아름답듯

부재들이 부재로써 몫을 다할 때

한 채의 전각이 원각의 세계에 든 모습이었다.

 

 

 

*장여長欐:도리를 받치고 있는, 길고 모가 나 있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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