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실의 명심보감 / 고 제 웅
내장사 다실의 차탁은 곰솔이 베어져 제작되었으리라
몸, 지름이 석 자 남짓했으니
생전에 푸른 꿈도 넉넉하였겠지
하지만 가슴 깊이 생生 옹이가 있었다
나뭇가지가 잘린 후 숱한 세월을 두고
얼마나 목이 타는 가뭄과 풍상설우를 겪고
피눈물을 흘러야
잘린 팔의 상처를 아물리고 영과 육이 한 살이 되었을까
나무의 인고 앞에서 일상다반사를 말하며
끽다하는 스님네여
참선, 간 경이나 염불삼매보다도
인욕바라밀이 최선의 수행임을 아십니까
부처님도 옛적에 인욕선 인으로 계실 때
가리 왕에게 몸이 베어지고
죽임을 당하시며
마음은 오히려 잔잔한 호수
성냄도 비애도 원망 도 없으셨네
그 공덕으로 석가모니불로 탄생하심을 아십니까
우리도 요람에서 저 언덕에 이르는 동안
가지가지 사연과 쓰라림이 있습니다
뉘라서 인생의 수면에 돌팔매를 던질 수 있습니까
아아, 생로병사 속 희비애락을 보며
길을 묻습니다
무엇이 도道며, 이정표 없는 길은 어디로 가야 합니까
물음에
찻상은
넉넉한 품과 나이테로 거울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