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관冠 / 메주스님 고 제 웅
이제 시인이다
은관 금관을 써라
관을 쓰고 날개를 달았더니
기가 막히는 일이다
바지를 입어도
치마가 되어
단이 짧다
바람이 휙-, 얼굴이 붉어졌다
이를 어찌할까
나는 몰라
사랑을 당했나 보다
얹힌 듯이 신 것이 먹고 싶다
새소리
꽃피는 모습
구름 가는 소식에
배가 차차 부르더니
하늘도 노랗게 산통이다
아들딸을 낳았더니
샴쌍둥이 수술을 한다
절망도 베어내고
눈물도 쏟아 내면
등에도 어깨에도 가슴에도
젖 빠는 놈, 귀 빠는 놈, 목말 타는 놈
나그네 되어 꽃 노을 속으로 뒤뚱뒤뚱 걸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