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길 / 메주스님 고 제 웅
용이자 했는데 이무기라서 피가 붉어서
승천의 그리움을 달래려 소 안으로
몸을 사리다가 작은 물고기 되어
눈물로 날개를 돋우듯이
비박한 중이라 괭이질, 삽질, 돌도 쌓다가 서쪽 하늘을 본다
얼마나 가면 오매불망 그리운 임 만날 수 있을까
노자도 없는데 다리가 만 근이다
세상에 와서 만난 인연이야
소중치 않음이 있으랴만
가슴은 한쪽이 비어서
불을 밝혀도 어둠이다
지난밤 꿈결이 사납더니 한 객승이 와서
원상을 그려 놓고 들어도 들지 않아도
몽둥이로 폐겠다 하니 어찌할 가
욕망도 집착도 쉬어버려
나를 쳐 죽이고도
불살생이 되겠다
더욱이 어버이 나를 낳기 전 내 모습을 물어
아지랑이
아지랑이
나는 아지랑이
천길만길 절벽에 갇흰다.